국내 액셀러레이터(AC)의 2025년 연간 투자액이 1조117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 69억원에서 약 146배 늘어난 규모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는 29일 '2026 액셀러레이터 산업백서'를 공개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화성 회장의 3년 임기 성과와 현안을 설명했다.
백서는 창업기획자·개인투자조합·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와 한국벤처투자 공공데이터를 협회가 직접 수집·분석해 만들었다. 조사 대상은 2026년 3월 공시 기준 등록을 유지 중인 495개사다. 2026년 신규 등록 AC는 13개사, 말소된 AC는 156개사이며 말소 AC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말소된 AC의 과거 투자까지 빠져 과거 연도 실적은 실제보다 적게 잡혔을 수 있다는 점도 백서에 명시됐다.

딜 규모와 조건: 연간 1조원, 누적 4조5291억원
AC의 연간 투자건수는 2500건을 넘는다. 2024년 2577건, 2025년 2574건이었다. 2017~2025년 등록 AC의 누적 투자금액은 4조5291억원, 누적 투자건수는 1만3751건이다. 투자건수 기준으로 초기창업기업 비중은 65.4%다.
투자 활동을 하는 AC가 등록 후 첫 투자를 집행하기까지는 평균 0.7년(약 8개월)이 걸렸다. 등록 3년이 지났는데 투자 실적이 없는 AC는 30개사다. 마지막 투자 후 3년 이상 추가 투자를 하지 않은 AC는 39개사이며, 이 중 18개사는 투자 중단 후에도 보육 활동을 이어갔다.
전화성 회장은 집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이렇게 집계하지 않았다면 AC가 연간 1조원을 투자한다는 데이터가 정부나 스타트업 생태계에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화성 회장은 언론과의 소통도 차기 집행부가 이어갈 과제로 꼽았다. AC 산업은 투자 규모와 역할이 외부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백서 발간과 기자간담회를 정례화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형별 투자: VC형은 후속·성장, 일반형은 소액 다건
벤처투자회사 라이선스를 함께 가진 VC형 AC는 32개사로 누적 투자액이 1조7815억원, 전체의 39.3%를 차지한다. 건당 평균 투자금액은 8억6600만원이다. 일반형 AC는 368개사로 누적 투자액 2조7476억원, 투자건수 1만1695건(85%)이며 건당 평균 투자액은 2억3500만원이다.
2025년만 보면 더블 라이선스 AC의 건당 평균 투자금액은 11억7000만원으로 일반 AC의 2억4000만원보다 4.9배 컸다. 초기창업기업 투자금 비중은 벤처투자회사형 AC 32.1%, 일반 주식회사형 AC 68.8%, 기술지주 71.8%였다. VC형은 대형 후속·성장투자, 일반형은 다수 초기기업에 대한 소액투자로 기능이 나뉘는 모습이다.

시장 시그널: 편중과 지역 격차
투자는 일부에 몰려 있다. 투자 이력이 확인된 400개사 가운데 누적 투자 200억원 이상인 AC는 54개사로, 투자액이 3조4322억원에 이른다. 전체 누적 투자액의 75.8%다. 반면 누적 투자액 50억원 미만 AC는 271개사로 비중이 7.2%에 그쳤다. 등록 AC 495개사 중 95개사(19.2%)는 투자 이력이 없다.
지역 격차도 나타났다. 수도권 소재 등록 AC는 329개사(66.5%)이고, 이들의 누적 투자액은 3조4349억원으로 전체의 75.8%다. 건당 평균 투자액은 수도권 AC가 3억6000만원, 비수도권 AC가 2억5000만원이었다. 초기창업기업 투자금 비중은 비수도권이 71.6%, 수도권이 50%다.
모태펀드 자조합과 별도 평가체계
전체 모태 자조합 결성금액은 2024년 3조2533억원에서 2025년 4조2837억원으로 31.7% 늘었다. AC 운용 자조합 결성액은 같은 기간 4316억원에서 4124억원으로 4.4% 줄었다. 2017~2025년 전체 모태 자조합 978개 중 AC 운용 조합은 213개(21.8%)이고 금액 비중은 약 7%(2조1800억원)다.
모태 자조합 규모별로 AC 비중은 100억원 미만에서 87~89%, 300억원 이상에서 6% 미만, 1000억원 이상에서 0%였다. 협회는 VC와 동일한 규모·트랙레코드 중심 평가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별도의 출자·평가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기 성과와 현안
2024년 5월 관련 협회 통합으로 KAIA가 출범했고 회원사는 300여개사까지 늘었다. 투자 의무 이행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됐다. 협회는 해외에서 호찌민에 이어 상하이까지 거점을 넓혔고, 국내에서는 2025년 11월 부산 동남권 지역본부를 설치했다. LIPS 주관기관 사업도 수주했다. 임기 중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세 차례 바뀌었다.
협회는 AC 공시 운영 등 4개 업무를 위탁받았으며, 2027년 1월부터 약 500개 AC의 공시를 관리할 예정이다. 자율규제 기능과 연계하는 방향이다. 벤처스튜디오는 창업기획자의 자회사 설립형 신규 사업모델·제도다. 지난해 시행령 개정으로 자회사 설립이 가능해졌지만 세부 기준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아, 협회는 인증제도와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후속 정비가 남은 상태다.
청년창업사관학교(청창사)는 2011년 시작돼 약 16년간 운영돼 왔다. 전화성 회장은 간담회에서 청창사를 다른 초기창업 지원사업과 통합하는 방식에 대해 기존 교육·보육 체계와 동문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장은 “16년간 만들어진 노하우를 한 번에 없애는 것은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협회의 정책 제안은 단순 존치보다 '청창사 2.0' 개편에 가깝다. 졸업기업을 TIPS·LIPS, 판로, 글로벌 진출로 잇는 'Post-청창사'도 내놨다. 청창사 동문 25개사가 후배 기업 지원을 위해 약 10억원의 민간자금을 조성한 사례도 소개됐다.
전화성 회장의 임기는 2027년 2월 끝난다. 차기 협회장 후보로는 2명이 등록했다. 적합성 심사를 거쳐 10월 중순 이사회 투표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하고, 내년 2월 총회 승인을 받으면 공식 임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