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회수·리픽싱 조건 어떻게 달라지나
개정안의 핵심은 경영성과지표 변동에 따른 부당한 조기회수와 유예기간 없는 회수 요구를 제한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계약에서는 특정 매출이나 성장 지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자가 별다른 유예기간 없이 투자금을 즉시 회수할 수 있도록 조건을 걸어왔다. 이번 개정으로 이런 조건은 위반 시 효력이 인정되지 않으며, 벤처투자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GP)에게는 행정처분도 부과될 수 있다.
IPO 실패를 이유로 한 과도한 리픽싱 제한도 새로 규정됐다. IPO는 기업의 노력만으로 시점을 확정할 수 없는 사안인데도, 상장이 늦어지거나 무산되면 전환가격을 크게 조정하는 조건이 스타트업에 통제할 수 없는 위험까지 떠넘긴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다만 법 적용 대상은 벤처투자조합 GP에 한정돼 있어, 모든 투자계약에 일괄 확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권고에서 법적 규제로, 실효성은 하위법령에 달려
이번 개정 전까지는 이런 불공정 조항들이 표준계약서를 통한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2023년 이후 3년 만에 표준계약서를 개정하면서 기존 32종에 달하던 계약 체계를 5종으로 단순화했고, 이 과정에서 SPA(투자계약서)와 SHA(주주간계약서)를 분리해 제시했다. 표준계약서 개정 작업은 2026년 6월 30일 종료됐으며, 스타트업·VC·AC·법률 전문가가 참여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포럼이 지난해 말 구성돼 이 과정에 함께했다.
기존 계약 관행의 중심이던 RCPS(상환전환우선주) 대신 CPS(전환우선주)를 대안 증권 형태로 제시한 것도 이번 개정 방향과 맞닿아 있다. 창업자 개인에 대한 연대책임 부과 역시 이미 규제된 사안이다. 2023년 관리규정에 연대책임 금지가 명문화된 데 이어 2025년 12월 시행된 벤처투자법으로 연대책임이 법률상 금지됐다.
법이 시행돼도 실제 효과는 하위법령에서 정할 세부 기준에 좌우될 전망이다. 조기회수를 제한하는 정당한 사유, 과도한 리픽싱으로 판단할 기준, 유예기간의 구체적 길이 등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스타트업이 실제로 체감할 보호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법 개정 자체보다도 앞으로 마련될 세부 기준이 계약 현장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힘을 갖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