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기반 게임 개발사 앵커노드가 누적 투자유치 25억 원, 기업가치 300억 원을 인정받으며 투자 시장에 뚜렷한 신호를 보냈다. 2023년 6월 서울 강남구에서 설립된 앵커노드는 26년간 게임업계에 종사한 원재호 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AI 게임 제작 솔루션 ‘GameAIfy’와 이를 통해 만든 상용 게임 9종을 앞세워 창업 2년여 만에 누적 매출 18억 원을 넘겼다. 게임 제작비 증가와 개발 기간 장기화로 시장 다양성이 사라지는 산업 구조 속에서, AI로 생산성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사례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퓨처플레이 시드부터 네이버 D2SF 프리A까지
앵커노드는 2024년 초 퓨처플레이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 초에는 퓨처플레이와 네이버 D2SF가 참여한 프리A 라운드를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누적 투자유치액은 25억 원, 기업가치는 300억 원으로 책정됐다. 회사는 임직원 25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올해 목표 매출은 20억 원으로 창업 초기 대비 뚜렷한 상승 궤도를 그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근거는 수치로 명확하다. 캐릭터 제작 기간은 620일에서 30일로 줄었고, 한 도시건설 게임에서는 10명이 1년 가까이 걸릴 그래픽 작업을 1명이 6일 만에 끝냈다. RPG 게임 물량은 전통 방식으로 2년 걸리던 것을 동일 인원이 5주 만에 완성했다. 원 대표는 일부 작업의 생산성이 최대 300배 향상됐다고 밝혔다.
직접 만들고 검증한 기술을 솔루션으로 축적
앵커노드의 사업 구조는 게임 개발 경험을 가진 베테랑들이 AI 기술을 익혀 직접 게임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검증한 기술을 GameAIfy에 축적하는 선순환이다. 원 대표는 “실제 게임을 만들며 얻은 기술이 솔루션에 쌓이고, 강해진 솔루션이 다시 게임 개발을 앞당기는 선순환이 저희의 가장 중요한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왔을 때, 작은 팀의 과감한 도전이 큰 성과로 이어지는 것을 지켜봐 왔다”며 “앵커노드는 소수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공대’ 같은 조직을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원 대표는 2023년 생성형 AI를 접한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2023년 생성형 AI를 보면서 ‘이건 인터넷이 게임에 접목되던 때보다 더 큰 변화’라고 직감했어요. 이번 파도는 게임 개발을 사람 손의 한계에서 해방시킬 것이기 때문이죠.” 그는 “게임개발 프로젝트는 투입자본이 커질수록 더 소극적이고 안전한 방향을 추구하게 됩니다. 게임업계의 기존 성공작을 모방한 웰메이드 경쟁은 사람을 더 많이 갈아 넣으며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는 악순환을 불러왔어요. 이 문제는 대규모의 생산성 혁신이 있어야 풀 수 있는데, 생성형 AI를 접하며 이것이 그 해답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수상 이력과 해외 진출로 후속 투자 명분 쌓기
앵커노드는 지난해 코어 이노베이션 코리아 최우수상과 아시아 AI 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미국 GDC에 단독 부스로 참가했고, 올해는 도쿄게임쇼에도 단독 부스로 출전할 예정이다. 이런 행보는 후속 투자 라운드를 준비하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트랙 레코드로 평가된다.
원 대표는 “AI가 게임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꿔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아주 작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딱 맞는 게임들이 쏟아지고, 그중 일부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할 성공을 거두는 세상, 그것이 ‘게임계 르네상스’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AI를 쓸수록 단순한 작업은 줄어들지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일은 오히려 늘어나요. 특히 게임의 개성과 재미는 끝까지 사람의 몫으로 남을 겁니다. AI는 정답이 있는 문제에 강한데, 여기엔 정답이 없기 때문이죠”라고 덧붙였다.

원 대표는 한국 게임산업에 필요한 조건으로 “실패해도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 새로운 시도를 지원하는 투자, 그리고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을 꿈꾸고 설계하는 크리에이터를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26년 경력의 개발자가 이끄는 회사가 300억 원 밸류에 프리A 라운드를 마감했다는 사실은, 투입자본을 늘려 안전한 선택을 반복하던 게임업계 관행과 달리 소수의 전문가 조직이 생산성 데이터를 앞세워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