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이 제조업 펀딩이 아닌 크라우드펀딩으로 시장의 냉정한 검증을 통과했다. 워터베이션은 필터 대신 물로 공기를 정화하는 에어테크 기술 WVG(Water Volume Grid)와 큐(CUE) 에어워셔를 미국 킥스타터에 올려 약 54만 달러, 원화로 약 7억 원의 펀딩을 확보했다. 인지도 없는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개인 소비자를 상대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해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출시 전 해외에서 먼저 검증받은 펀딩 구조
워터베이션 정윤영 대표는 국내 출시에 앞서 킥스타터를 택한 이유를 시장 반응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찾았다. 그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시장의 반응까지 확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인지도 없는 한국 스타트업 제품을 해외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선뜻 구매할지, 필터 대신 물로 공기를 씻는 새로운 개념을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내부적으로도 긴장감이 컸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약 54만 달러 규모의 펀딩은 해외 소비자가 이 새로운 개념을 실제 구매로 이어갔다는 증거로 남았다.
큐 에어워셔는 2026년 9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회사는 자체 생산라인 구축을 준비 중이다. 해외에서 먼저 수요를 확인한 뒤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순서를 밟은 셈이다.
필터 교체 대신 물 교체, WVG 공법이 만든 차별점
워터베이션의 기술적 차별점은 필터에 오염물질을 쌓아두는 대신 물로 포집해 버리는 방식에 있다. 정 대표는 “공기가 좋지 않은 환경일수록 필터 관리가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먼지를 계속 필터 안에 쌓아두기보다 비가 공기를 씻어내듯 물로 관리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습니다”라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오염이 심한 환경일수록 필터가 빨리 오염돼 교체와 관리 부담이 커지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물로 대체하겠다는 접근이다.
WVG 공법은 물을 미세 입자로 분사해 공기 중 오염물질을 포집한 뒤, 오염된 물을 버리고 새 물로 교체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정 대표는 “기술의 핵심은 작은 힘으로도 물을 안정적으로 미세 분사하는 것입니다. 물과 공기가 충분히 만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라며 개발 과정의 난이도를 언급했다.

가정용 검증 넘어 산업용 시장으로 확장 계획
워터베이션은 헤파필터를 경쟁 상대가 아닌 상호보완적 선택지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정 대표는 “헤파필터가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 있습니다. 워터베이션은 기존 기술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물을 활용한 또 하나의 공기 관리 방식을 제안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킥스타터에서 확인한 가정용 시장 수요를 기반으로, 시장을 넓혀가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회사는 가정용 제품에서 나아가 산업용 설비, 주방후드, HVAC, 스마트빌딩, 반도체 집진장치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필터 교체와 폐기물 감소 효과를 데이터로 축적해 ESG 가치로 연결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정 대표는 “얼마나 많은 필터를 줄였고, 그 결과 어떤 환경적 효과를 만들었는지를 데이터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단순히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공공기관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기를 관리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킥스타터에서 확보한 약 7억 원의 초기 자금과 해외 소비자 검증 결과는 워터베이션이 국내 출시와 산업용 확장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발판이 됐다. 개인 소비자 대상 크라우드펀딩에서 시작해 기업·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산업용 시장까지 단계적으로 시장을 넓혀가는 흐름이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