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 배송로봇 스타트업 와트의 시리즈A에 일본 물류 대기업 야마토운수의 지주회사 야마토홀딩스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번 투자는 올해 상반기 이뤄졌으며, 단순한 지분 투자가 아니라 2024년 무료 실증과 2025년 로봇 구매를 거쳐 도달한 3년짜리 관계의 마지막 단계라는 점에서 투자업계가 주목할 만하다. 전략적 투자자가 제품을 먼저 사서 써본 뒤에 지분을 넣는 구조는 흔치 않은 검증 경로다.
실증→구매→투자, 3단계로 쪼개진 신뢰 곡선
와트는 설립 7년 차, 직원 14명 규모의 스타트업으로 택배 배송의 ‘마지막 30m’ 구간을 겨냥한 로봇을 만든다. 2023년 국내에서 첫 제품을 완성했지만 대리점-기사 계약구조와 비대면 배송 문화 때문에 국내에서는 로봇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후 일본으로 방향을 틀어 야마토운수와 접점을 만들었고, 2024년 야마토 본사 건물에서 로봇 2대를 무료로 실증했다.
실증은 곧바로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2025년 야마토가 로봇 6대를 직접 구매했고, 그 다음 단계로 올해 상반기 야마토홀딩스가 시리즈A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각 단계는 대략 1년씩 걸렸다. 최재원 대표는 “배송로봇만 있으면 음식 배달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택배는 다릅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물량을 먼저 받아줄 곳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로봇 성능이 아니라 택배 산업의 계약 구조와 비용 부담 주체가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였음을 보여준다.
제품을 시장 구조에 맞춰 재설계한 결과가 투자로 연결

일본은 대면 배송 비중이 85%에 달하고 노후 맨션이 많다는 특성이 있다. 와트는 이에 맞춰 택배를 먼저 받아두는 보관 로봇 W-station과 로봇팔을 탑재해 대면 배송까지 처리하는 James mW를 새로 설계했다. 대면 배송용 로봇 개발에는 약 3개월이 걸렸다. 이 재설계를 거쳐 지난해 도쿄 수도권 맨션 4곳에 로봇을 운영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2곳이 추가된다. 노무라부동산 등과의 협력도 더해지면서 누적 운영 규모는 21개 건물, 4,191세대로 늘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흐름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야마토홀딩스는 로봇을 사서 현장에 투입해본 뒤에야 지분을 넣었고, 그 사이 와트는 제품 라인업을 W-station과 배송로봇 중심으로 통합해 국가별 환경에 맞게 옵션화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즉 이번 시리즈A는 아이디어 단계의 베팅이 아니라, 구매 이력이 쌓인 뒤에 확정된 투자라는 점이 다른 초기 투자 라운드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다음 관문은 미국 코네티컷 300세대 콘도

일본에서의 검증을 바탕으로 와트는 12월 미국 코네티컷주 300세대 규모 콘도에 James mW 2대와 W-station 2대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일본용으로 설계한 2세대 로봇을 미국 시장에 맞춰 다시 적용하는 시도다. 한국·일본·미국 각각의 택배 계약 구조와 배송 문화가 다른 만큼, 이번 미국 진출이 또 한 번의 무료 실증 단계로 이어질지, 혹은 다른 방식의 계약으로 시작할지가 투자자들이 지켜볼 지점이다.
투자 유치 관점에서 보면 와트의 시리즈A는 전략적 투자자가 제품 구매 이력을 담보로 지분을 확정한 사례다. 국내 시장에서 실패한 사업모델을 해외에서 재구축해 대기업 투자로 연결한 경로 자체가, 로봇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때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번 라운드의 신호는 금액보다 구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