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콜라겐 기업 로가가 2026년 5월 시리즈B에서 155억원을 유치했다. 2025년 8월 시리즈A 110억원에 이은 후속 투자로, 로가는 250억원의 기업가치로 첫 투자를 받은 이후 연매출 250억원, 영업이익률 18%를 기록하며 성장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그 이면에는 밸류에이션이 더 높은 해외 투자자 대신 신뢰 관계를 택한 협상 과정이 있었다.
벤처스퀘어는 2026년 9월 9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OPEN UP: 강자를 움직이는 협상의 기술’을 열고 우앤파트너스 우준호 대표와 로가 하경수 대표의 발표, 패널 토크, 라이브 클리닉을 진행했다. 진행은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가 맡았다.
가격이 아니라 관계를 남기는 딜
우준호 대표는 이랜드에서 15년간 재직하며 M&A 15건, 누적 13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수행한 이력을 가진 협상 전문가다. 그는 로가에 투자유치 자문으로 참여했다가 직접 개인투자조합(16억원 규모)을 결성해 투자자로 나섰다. 당시 로가에는 더 높은 밸류를 제시한 해외 투자자도 있었지만, 하경수 대표는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우준호 대표를 선택했다.

우준호 대표는 협상을 움직이는 세 요소로 정보·시간·힘을 꼽았다. 그는 해외 기업이 계약 직전 약 10%의 추가 가격 인하를 요구한 사례에서 거래 종료를 통보해 약 2주 만에 원래 조건을 지켜낸 경험을 소개하며 “좋은 조건을 요구하려면 그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멈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만둘 수 없는 사람에게는 협상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밸류에이션 이면의 실적과 원칙
로가는 2021년 원물과 제조 특허를 확보하고, 2022년 프랑스 SIAL 파리 원료 부문 혁신 대상을 수상하며 식물성 콜라겐 펩타이드 VC-H1을 앞세워 시장을 넓혀왔다. 하경수 대표는 두 번의 폐업과 농업 가정 배경에서 얻은 태도를 바탕으로 식물성 콜라겐 시장의 전제 자체에 질문을 던지며 사업을 키워왔다고 밝혔다. 그는 주도권·질문·본질·도움·맥락·증명·초대·시간·선택 등 9가지 협상 원칙을 정리해 소개했다.

하경수 대표는 “협상은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움직일 이유를 만드는 일”이라며 “노력으로 모든 결과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해야 할 몫은 끝까지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가 덕분에 더 잘 살았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협상의 완성은 누군가의 삶을 조금 더 건강하고 주도적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유치 협상에서 스타트업이 부딪히는 지점
명승은 대표가 진행한 패널 토크와 라이브 클리닉에서는 참가자들이 익명으로 제출한 실제 협상 고민이 다뤄졌다. 첫 대기업 고객이 30%의 할인을 요구한 사례, 투자자가 애매한 답변으로 협상을 지연시키는 상황, 대기업이 무료 실증을 요구하는 사례 등이 논의됐다. 행사에서는 “협상을 잘하니까 가서 가격 좀 깎아주세요”라는 흔한 요청이 협상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발표된 사례들은 투자유치 협상에서 밸류에이션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점을 보여준다. 로가가 더 높은 밸류를 제시한 해외 투자자 대신 신뢰를 택한 것처럼, 협상 결과를 판단하는 기준은 ‘관계가 조건보다 크다’는 공식으로 정리됐다. 시리즈A 110억원에서 시리즈B 155억원으로 이어진 로가의 후속 투자 유치는 이러한 관계 중심 협상이 실제 라운드 성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