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가 투자를 유치한 이후에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라도 자유롭게 팔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투자계약서에 담긴 우선매수권, 공동매도참여권, 동반매도요구권, 주식매수청구권 같은 조항들이 지분 처분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최앤리 법률사무소 김혜린 변호사는 이들 조항이 투자 이후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투자자의 회수 가능성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후속 투자를 여러 차례 유치한 스타트업일수록 주주 구성이 복잡해지고, 각 라운드 투자자마다 권리 행사 조건이 다를 수 있어 창업자 입장에서 계약 검토 부담이 커진다. 조항이 존재하는지 여부만 확인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행사 사유·통지기간·가격산정방식·우선순위까지 하나씩 짚어야 실제 거래 국면에서 예상치 못한 제약에 부딪히지 않는다.

제3자 매각 전 투자자에게 먼저 물어야 하는 우선매수권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ROFR)은 창업자나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려 할 때, 투자자가 동일한 조건으로 먼저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창업자가 제3자와 매각 조건을 협상했더라도, 계약상 우선매수권을 가진 투자자에게 먼저 그 조건을 제시하고 매수 의사를 물어야 하는 절차가 뒤따른다. 투자자가 매수를 포기해야 비로소 제3자와의 거래가 성립하는 구조여서, 창업자로서는 지분 매각 시점과 절차가 계약서상 조건에 묶이게 된다.
대주주 매각에 올라타는 공동매도참여권
공동매도참여권(Tag-along Right)은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때 투자자도 동일한 조건으로 함께 매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창업자가 자신의 지분 일부를 제3자에게 넘기는 거래를 추진하면, 이 권리를 가진 투자자는 같은 매수인, 같은 가격 조건으로 자신의 지분도 함께 팔 수 있다. 결과적으로 창업자가 원하는 물량만큼 매각을 진행하지 못하거나 거래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주주까지 끌고 가는 동반매도요구권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Right)은 권리자가 다른 주주들에게도 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네 가지 조항 중 창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투자자가 회사 매각을 추진하면서 이 권리를 행사하면, 창업자는 매각에 반대하더라도 자신의 지분을 함께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수를 확실히 하기 위한 장치지만, 창업자 입장에서는 경영권과 지분 처분 시점에 대한 재량이 크게 제약된다.
상법 제341조와 맞물리는 주식매수청구권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은 계약서에 정한 특정 사유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가 회사나 창업자에게 자신의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 권리가 회사를 상대로 행사되는 경우에는 상법 제341조와 맞물린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상법 제341조는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가액 총액이 원칙적으로 배당가능이익의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계약상 매수 의무가 있더라도 회사의 재무 상황에 따라 실제 이행이 제한될 수 있다.
후속 투자 늘수록 커지는 권리 충돌 리스크
스타트업이 시리즈를 거듭하며 후속 투자를 유치할수록 주주 수가 늘어나고, 이들 각각이 우선매수권이나 공동매도참여권 같은 권리를 보유하게 되면서 권리 행사 순서와 물량 배분, 조건 충돌 문제가 함께 커진다. 예를 들어 초기 투자자와 후속 투자자가 동시에 우선매수권을 주장하거나, 한쪽은 공동매도참여권을, 다른 쪽은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하려는 상황이 겹치면 어느 조항이 우선하는지에 대한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를 유치하려는 창업자는 계약서에 이런 조항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각 라운드별 투자자가 가진 권리의 행사 요건과 우선순위를 구체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후속 라운드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기존 투자자 권리와 신규 투자자 권리가 충돌하지 않도록 계약 조건을 설계하는 것이 이후 지분 매각이나 회사 매각 국면에서의 분쟁을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