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300억원을 넘긴 바이오 소재 기업이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15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로가(하경수 공동대표)는 2026년 5월 이 투자를 확정하며, 식물성 콜라겐 상용화 이후 회사가 준비해온 AI 기반 신소재 개발 플랫폼 ‘바이오파운드라(BioFoundra)’ 사업을 본격 확장할 자금을 확보했다. 이번 라운드는 단일 소재를 성공시킨 스타트업이 매출 성장과 함께 후속 투자를 받으며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매출 성장과 함께 확정된 후속 투자
로가는 2025년 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2017년 라오스에서 히비스커스 재배를 시작한 이후 2019년 식물성 소재 가능성을 확인하고, 2021년 제조기술과 원물 특허를 확보하며 축적해온 성과다. 2022년에는 프랑스 시알 파리(SIAL Paris)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원료 부문 그랑프리를 받으며 해외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 같은 매출 실적과 해외 검증 이력을 바탕으로 KB인베스트먼트가 시리즈B 투자자로 나섰다. 로가는 2025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데모데이에 참가해 기술과 사업 계획을 소개한 바 있으며, 이 같은 해외 접점 확대와 실적 성장이 이번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왜 콜라겐 회사가 소재 플랫폼으로 전환했나
하경수 대표는 식물성 콜라겐 펩타이드 ‘VC-H1’을 개발하며 얻은 기술을 히비스커스 한 소재에 한정하지 않고 다른 천연물로 확장하는 것을 회사의 다음 단계로 설정했다. 그는 “로가가 식물성 콜라겐 회사로 출발한 것은 맞지만 그게 최종 목적지는 아닙니다. 히비스커스에서 확인한 기술을 다른 천연물에 적용하고, 각 소재에서 더 신뢰도 높은 유효 성분을 찾아내는 것이 지금의 로가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방향에서 나온 것이 바이오파운드라 플랫폼이다. 로가는 시장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먼저 확인한 뒤 AI로 적합한 천연물과 펩타이드 후보를 탐색하고, 가상 환경에서 분자구조와 효능을 검토한 다음 실험·생산·인체적용시험·글로벌 판매로 연결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 대표는 “지금까지는 연구실에서 좋은 소재를 만든 뒤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를 찾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시장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먼저 확인하고 그 수요에 맞는 천연물 소재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소재 개발의 출발점을 기술이 아니라 고객에게 두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원물 재배부터 공급망까지 직접 관리하는 이유
로가는 청주 제1공장에 이어 세종 제2공장을 짓고 있으며, 라오스 유기농 농장에서 원물 재배 단계부터 공급망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하 대표는 이를 두고 “좋은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합니다. 바이오 소재도 같습니다. 산업의 효율성만 따지면 직접 농사를 짓는 방식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원물과 공급망을 직접 관리해야 기술과 품질에 대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접근은 투자자 입장에서 원료 조달의 안정성과 품질 통제력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자체 농장과 두 개의 생산시설을 보유한 구조는 외부 원료 공급에 의존하는 소재 기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B2B 우선 전략과 확장 로드맵
로가는 현재 자체 연구소가 없는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B2B 사업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 하 대표는 “지금은 기술과 생산 능력, 신뢰를 더 쌓아야 하므로 B2B 고객부터 지원하고 있습니다. 작은 브랜드가 자체 R&D를 주도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작은 브랜드도 자신만의 콘셉트와 원료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R&D는 대기업의 전유물에 가까웠어요. 자체 연구소가 없는 브랜드에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원료를 개발할 수 있는 연구실을 제공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로가는 B2B로 쌓은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단계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하 대표는 “로가가 식물성 콜라겐 회사로 출발한 것은 맞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 던지는 시그널
이번 155억원 규모 시리즈B는 단일 원료 기술로 매출을 300억원까지 끌어올린 기업이 후속 투자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원물 기반 바이오 소재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로가는 청주와 세종 두 곳에 생산시설을 두고, 해외 데모데이와 시알 파리 수상 등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기술 검증을 이어온 만큼, 이번 투자금이 바이오파운드라 플랫폼 확장과 B2B 고객 기반 확대에 어떻게 쓰이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