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투자계약 조건은 다음 투자 라운드의 협상 기준이 될 수 있다. 첫 외부 투자를 받는 창업자에게는 투자금 규모만큼 계약 구조와 권리관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두 구조인 SAFE와 RCPS는 주식 발행 시점과 법적 절차, 투자자 권리가 서로 다르다.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는 투자금을 먼저 지급하고 향후 조건에 따라 지분을 취득하는 계약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으로 활용하며, 근거 법률은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이다. 상환전환우선주인 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는 상법에 근거한 종류주식으로 상환권과 전환권을 가진다.
딜 조건 ① 구조와 절차
SAFE는 주식을 발행하지 않으므로 자본금과 등기에 변동이 없다. 기업가치 평가는 후속 투자 시점으로 미룬다. 다만 국내에서는 벤처투자법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후속 투자의 기업가치와 연동돼야 하고, 주주 전원이 동의해야 하며, 후속 투자자에게 문서로 알려야 한다.
RCPS는 신주를 발행하고 주금을 납입하면 투자자가 주주 지위를 얻는다. 자본금과 발행주식 총수가 늘고 등기에도 반영된다. 발행에는 정관 근거, 이사회·주주총회 결의, 주금 납입, 변경등기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변경등기는 원칙적으로 변경이 발생한 날부터 2주 이내에 해야 한다.
RCPS의 상환권 행사는 배당가능이익 등 법률상 요건에 제한될 수 있다. 사전동의권은 창업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RCPS는 SAFE와 달리 주주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투자 시점에 구체적으로 정해지므로, 관련 계약서와 정관을 함께 살펴야 한다.
딜 조건 ② 가치 상한과 할인율 예시
SAFE의 핵심 조건은 가치 상한(Valuation Cap)과 할인율(Discount Rate)이다. 가치 상한을 30억 원, 할인율을 20%로 가정하고 후속 라운드에서 기업가치가 50억 원으로 결정됐다고 해보자. 할인율을 적용한 단순 계산 기준 가치는 40억 원이다. 가치 상한을 적용하면 단순 계산 기준 가치는 30억 원이다.
다만 실제로 취득하는 주식 수는 이보다 복잡하다. 투자 전후 기업가치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기존 주식 수, 스톡옵션, 다른 전환증권, 계약상 산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장 시그널 ① 창업자가 볼 조항
이해관계인 개인 책임 조항도 살펴야 한다. SAFE에서는 법인이 계약 당사자인데도 대표이사나 주요 주주에게 연대책임이나 위약벌을 지우는 조항이 들어갈 수 있다. 벤처투자법은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 이런 행위를 제한한다.
경영권 변경(Change of Control) 조항도 마찬가지다. 정의가 넓으면 지분 희석이나 대표 교체만으로도 예상하지 못한 의무나 현금 정산이 생길 수 있다.
시장 시그널 ② 후속 라운드로 이어지는 기준점
첫 계약에서 투자자에게 폭넓은 거부권을 주거나 창업자가 과도한 책임을 지면, 시리즈 A·B 투자자도 유사한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첫 계약 조건이 후속 라운드 요구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SAFE가 간결하다고 유리한 것도, RCPS가 복잡하다고 불리한 것도 아니다. 성장 단계와 자금조달 목적에 맞는 구조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